기후 변화와 같이 거대한 문제에 직면하면, 때때로 우리는 좌절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곤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경과학자 크리스 드 메이어는 TED 강연을 통해 우리가 막막함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놀라운 통찰력을 제시합니다. 이 글에서는 강연 내용을 요약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행동이 믿음을 이끈다: 뇌과학이 밝혀낸 변화의 비밀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강한 견해를 형성한 후에 행동을 취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는 이와는 다른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관여하게 되는 것은, 사실은 특정한 행동을 먼저 취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업을 바꿀지 고민하거나,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거나, 어떤 환경 운동 단체에 가입할지 고민할 때, 우리는 한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뇌는 잠정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일단 이력서를 보내보자", "이번에는 이 후보에게 투표해 보자", "일단 이 단체 모임에 참석해 보자" 와 같이 말이죠.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나면, 뇌에서는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스스로에게 칭찬을 보냅니다. 그리고 자기 정당화와 자기 설득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점차 자신의 행동이 옳았고 중요하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행동이 믿음을 이끈다(Actions Drive Beliefs)"라고 부릅니다.
기후 변화 문제 해결, 왜 막막할까?
그렇다면 기후 변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는 왜 막막함을 느낄까요? 크리스 드 메이어는 기후 변화 소통 방식에서 "행동이 믿음을 이끈다"는 통찰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신,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여서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음과 같은 논쟁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 "명확한 사실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교육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해야 한다. 공포를 줘야 할까, 희망을 줘야 할까?"
-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들은 사회 전반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공포,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특히, 공포를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동기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망감을 주거나, 문제를 회피하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기후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심리적 방어 기제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은 예측 가능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한 감정을 유발한다고 해서 특정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소통의 함정: '진저 더 독' 효과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존재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진저 더 독(Ginger the dog)'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는 단어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 위험'이라는 단어는 기후 과학자와 경제학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기후 행동'이라는 단어 역시 어떤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실천을 의미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위나 사회 운동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판단에서 벗어나기: 뇌과학이 주는 해법
자신의 견해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그들이 "무지하다", "어리석다", "미쳤다", "악하다" 와 같이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뇌과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뇌(Social Brain)'의 작용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 사람도 나와 똑같이 자기 설득 과정을 거쳐서 저러한 견해를 갖게 된 것은 아닐까?"
막막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 가이드
크리스 드 메이어는 우리가 막막함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 판단 내려놓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판단하기보다는,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소통 방식 개선: 상대방이 핵심 단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을 통해 확인하고, 오해를 줄여야 합니다. "당신이 'X'라고 말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와 같이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설득 대신 참여 기회 제공: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이 직접 행동하고 스스로 설득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나부터 시작하는 변화: 행동 중심 접근
만약 당신 스스로가 어떤 문제에 압도당하고 막막함을 느낀다면,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너무 많은 가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다음 행동을 찾아보세요.
이때,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개선 행동"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우려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 행동"이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 문제를 가장 걱정하시나요?" 와 같이 질문하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행동의 힘: 변화를 만드는 나비 효과
일단 행동을 시작하면, "행동이 믿음을 이끈다"는 과정이 작동하여 문제 해결에 더욱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당신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 그들 또한 막막함을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 지역 사회, 뉴스,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사례를 매일 목격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이 모여 사회 전체로 확산될 때, 우리는 더 이상 막막함을 느끼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기후 변화는 분명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무력감에 빠져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뇌과학이 밝혀낸 "행동이 믿음을 이끈다"는 원리를 기억하고,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